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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리틀포레스트를 찾아서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8. 25.

"우리가 생각하는 환상 속의 <리틀포레스트>는 없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리틀포레스트>는 우리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실 조금 더 빠르게 시골 살이를 하며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제 와서야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전에는 도무지 글을 쓸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게 된 명확한 동기 중에 하나는 대도시에서 빡빡하게 사는 저 같은 청년들을 위해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경쟁해야 하는 사회 속에서의 부담감, 잘 나가는 혹은 애초부터 부유한 이들의 삶을 어쩔 수 없이 옆에서 보게 됨으로써 자신의 삶과 비교하여 얻게되는 불안감과 어려움을 타파 또는 회피하기 위해 느긋한 시골 살이를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환상적인 시골 살이(=텃밭에서 직접 키운 농작물들로 제철 요리를 만들어 먹고, 분기마다 친구들을 초대해서 소소하고 행복한 파티를 열고, 낮 시간에는 직접 만든 수제청과 쿠키를 먹으며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들)에 대한 동경은 저 또한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생각만해도 당장 시골로 달려가고 싶을 것만 같죠. 저는 일단 우리가 이렇게 환상적일 수 있는 리틀포레스트의 삶을 그리는 것에 대하여 매우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젊은 청년들이 턱없이 부족한 시골 지역에는 청년이 오고 싶어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분명 기분 좋은 일일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또한 작은 소도시나 시골에서는 청년들에게 꽤 쏠쏠한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여러모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갈 수 있다면 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직접 찍은 '필자'의 사진

"저는 평생을 서울에서만 살다가 약 1년 전,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은 열망과 막연한 두려움을 등에 짊어지고 이곳 남쪽 지방의 소도시로 이주해왔습니다. 약 8개월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Q) 슨생님,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 일자리 지원 사업을 통해서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고, 또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사실 생활비를 제외하면 그다지 돈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는 것 같습니다. (feat. 일자리 지원 사업 만세)


소도시 지방에서 이주해 살면서 사실 저만의 리틀포레스트를 그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직접 지역에서 살아보니 영화는 현실과 비교해서 매우 미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에 필자의 사진은 실제 영화 '리틀포레스트'촬영장에서 찍은 겁니다. 사진에서 제 표정을 보면 매우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이는데요. 사실은 매우 힘들게 찍은 사진이랍니다.(얼굴을 찡그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답니다.)

사실 저 사진 하나를 찍기 위해서 벌레와의 지독한 사투를 벌여야 했거든요. 사실 리틀포레스트가 아니라 포켓몬스터 세계에 들어온 줄 알았어요. 도시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다양하고 넘쳐나는 벌레들이 끊임없이 몸에 달라붙고, 각기 다르게 지저귀는 소음과의 전쟁 또한 견뎌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밤에 제대로 불을 켤 수도 없어요. 벌레들이 밝은 불빛을 보고 모두 달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밤 생활에 익숙한 대도시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죠.

진정한 리틀포레스트는 농사에서 시작해서 농사로 끝납니다. 영화속의 삶을 조금이라도 꿈꾼다면 말이죠. 사실 저는 농사를 하고 있지는 않고, 지방 소도시 중에서도 도시에 가까운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리틀포레스트에 대한 동경심은 있지만 그것을 해보고 싶어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주변에 알고 있는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착한 청년들을 봐오면서 느낀 것은 시골 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은 결국 농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는 농사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여러가지 문제들이 잔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입니다. 대도시에서만 살다온 청년들이 지방의 소도시나 시골로 이주해오면 생소한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당황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바로 저처럼요. 하하.

처음에는 이곳에서의 방식이 마냥 틀린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왜 이럴까? 이건 또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하 참 답답하다.."하면서 말이에요. 그러나 점차 지역 생활에 익숙해져가면서 저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이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로 말입니다. 특정 사회의 방법과 방식이 그 사회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 알맞게 결정된다는 것을 직접 지역 살이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거든요. 제가 처음에 가졌던 생각은 지역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해서 지역 사회를 좋은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한 것인데요. 그것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위배하듯 로마에 가서 왜 한국 사람처럼 살지 않느냐고 노발대발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도시든 시골이든 결국은 어쨌거나 그 사회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기에 각각의 문화적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제가 꿈꾸는 리틀포레스트를 포기해야 하는 건가요?
: 제가 이곳에 살고 느끼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우리가 상상하는 리틀포레스트의 모든 부분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실에는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게 해야될 정말 많은 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의 의견은 현실과 영화의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버리기보다는 그 사이에서 나의 현실적 상황과 맞게 잘 조율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숲이 없는 소도시에서 산다면 나의 업무 책상이나 방 안에 작고 예쁜 화분들을 의도적으로 들여놓는 다거나 여유 공간이 있다면 작은 구획으로 나만의 텃밭을 만들어서 수확하는 재미를 느껴보는 겁니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낯선 곳을 향유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다양한 자극들을 선사해줍니다. 이런 것들이 삶의 경험치가 되고, 나만의 자산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하기에 저는 오늘도 또 다른 인생의 경험치를 쌓아나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