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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10. 6.

글을 쓰려던 와중에 제 앞에 한 여성분이 카페 내부의 사진을 찍습니다. 그걸 보면서 제가 잠시 동안 잊고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현재 저는 타향 살이 중인데요. 새로운 공간, 사람, 물건, 문화, 시간의 흐름 등을 어느새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하루하루가 다 기적인데 말이죠. 평소 내 일상을 귀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면 행복하기 어려워요. 저 높은 곳의 것만을 올려다보느라 정작 내 발 앞에 피어있는 꽃의 향기는 맡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거죠.

​휴일에 여행을 가거나 며칠 동안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우린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또 그것 때문에 그렇게들 해외여행 해외여행 외치는 거겠죠. 그렇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그걸 그리 특별하게 느끼지 못해요. 그들에겐 그곳이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은 어딜 가나 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큰돈 들여 해외여행 가는 분들을 비방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저도 누가 해외여행 보내주면 언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거든요. 저도 해외여행 정말 좋아하고, 가고 싶은 버킷리스트도 많습니다. 제발 누구라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그런데 말이에요. 제 이야기의 요지는 좀 더 본질적으로 보자는 겁니다. 내 일상의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사랑할 줄 안다면 내 안에서부터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매번 해외여행을 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우리의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여행이 유일한 행복의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죠. 내 일상에서부터 작은 행복을 발견할 수 있어야 여행을 떠났을 때, 여행의 묘미 또한 더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들꽃도 매일이 다른 모습이라는 걸 알고 계시나요? 사실 알고 보면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어요.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 같은 건 하나도 없어요. 매일이 다른 날이죠. 그렇기에 매일 맞는 하루를 우리는 매번 소중하고, 감사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집 앞의 공원이나 거리에 나가보세요. 그리고는 우리 눈에 익숙하게 들어왔던 것을 좀 더 자세히 바라봐 보세요. 처음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내 눈을 길들이는 습관을 만들어 놓으면 어느 순간에 평범하게만 보였던 내 일상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 올 거예요. 이전에도 제 글에 몇 번 실었었는데 여기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를 한번 읽어보셨으면 해요.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너무나도 훌륭한 일상의 재발견 아닙니까? 이 시에는 공감, 연민, 감동, 절제, 애환 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이 조화롭게 합을 맞추고 있습니다. 간장게장을 보고 어떻게 이런 감정과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요? 안도현 시인의 일상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능력이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무언가 느껴진 게 있다면 여러분도 익숙했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충분히 길러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세요. 이를테면, 책상 앞의 연필을 두고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연필이 나와 함께 해온 세월만큼 그에 대한 몇 가지 크고 작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러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잠겨보기도 하고, 재미난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어보기도 하고 말이죠. 거리에 나가 아스팔트 위에 피어있는 들꽃을 바라보며, 이 연약한 들꽃이 아스팔트의 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리고 얼마나 어렵게 꽃봉오리를 피웠을까를 생각해볼 수도 있고요. 자주 가던 카페에서 늘 그렇듯이 친절한 미소로 주문을 받는 직원을 보면서 그녀의 친절함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기도 하고 말이죠. 이렇게 평소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왔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다른 것으로부터 오는 행복이 아닌 비로소 나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행복은 외부에 있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내 마음으로부터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우리의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믿습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일상은 기적입니다. 여러분의 잊고 있던 아름다운 일상을 되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