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 당신에게 전하는 INSIGHT NEWS
오늘의 인사이트 News

매우 낯섦 이야기 2화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12. 30.

높다 높아..!

높은 곳에서 탁 트인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여럿 감정들이 솟아 오름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 동안 내려다봤던 것 같아요. 장관도 장관이지만 너무 멀리서 보아서 그런가 허무함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래서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안 되는가 봅니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의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요? 너무 높은 곳에서만 세상을 내다보면 모든 것들이 작고 볼품없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심리가 생기지 않나 싶어요. 어떤 영화 속 대사처럼 실제로 그들은 사람들을 '개, 돼지'처럼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게 아니라면 사람이 사람에게 그러한 민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높은 곳에서 하나 깨우침을 얻습니다. '아, 너무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 가치를 폄훼하게 되고,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내가 상처 입는구나! 나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세상과 조우해야겠다.'

우리는 너무 도취되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날,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는 올라가고, 타인의 가치가 하락하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이 글을 그때그때 써내었으면 좋았으련만, 사실 저 때의 모든 것이 저에겐 새로움이었기 때문에 감상에 도취되어 있어서 이제야 글을 쓰네요. 부끄럽습니다..

저녁까지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녔어요. 정말 이런 감정을 느낀 게 몇 년 만인지요!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아이가 세상에 나와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 모든 사물들을 만져보고, 뜯어보고, 물고 빨아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저는 그냥 정말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5살 어린아이가 되었답니다. 특히나 이 날은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었어요. 거리 곳곳에는 화려한 전구들을 걸치고 있는 나무들이 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제가 크리스마스 축제를 만들던 때가 생각나네요.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요. 보는 사람은 즐겁지만 사실 만드는 사람은 죽을 맛이랍니다.

저 자신을 위해 특별히 크리스마스 치킨 한 조각을 구매했습니다. 사실 이 지역에는 치킨을 잘 만드는 곳이 별로 없어요. 우리나라처럼 배달 문화가 발달한 곳도 아니고요. 반면에 편의점 음식은 어느 지역보다도 발달이 잘 되어 있어서 이처럼 티라노사우루스의 뒷다리를 방불케하는 먹음직스러운 바베큐도 있고, 식당 음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먹거리들이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결론은 치킨의 시작은 'KFC'이지만 끝은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늘 새로운 환경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국내는 더 이상 어느 곳도 새로울 게 없었던 것 같아요. 20년 넘게 한국에서만 살았으면 되었어요. 그렇다고 평범한 일상을 거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내 일상을 사랑해야죠. 평범한 내 일상 속에서 설렘을 찾아내는 것이 제 평생의 숙원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영감과 기억을 몸속 깊은 곳에 새겨 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