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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사이트 News

당연함에도 예외가 있다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10. 23.

몇 년 전, 어머니에게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렸어요. 영풍문고에서 여러 책들의 목차와 내용을 훑어보고, 오랜 고민 끝에 고른 한 권이었죠. 그런데 책을 선물한지 몇 달이 지나도 읽지를 않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책을 읽지 않으실까 궁금해서 여쭤보게 되었죠. 돌아오는 답변은 이랬습니다.

"읽고 있다."
"시간도 없고.."
"퇴근하면, 피곤한데 책이 눈에 들어오겠니.."

답변을 듣고 나니 어머니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를 쏘아붙이기 시작했어요.

"읽고 있기는 이것 봐요. 읽은 흔적이 없잖아요!(책을 들춰보며)"
"시간이 없기는 그럼 휴일에는 뭐 하시고요?"
"피곤하면 주무셔야지. 퇴근하고 TV만 보는 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데요?"

제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는 그만하라고 이야기하시며 저와의 대화를 피하려고 하셨어요. 그러나 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머리를 들이밀었죠. 그러다 결국에 어머니가 화를 내셨고, 저는 그런 어머니의 태도에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은 어머니와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은 것 같아요. 당시에 저는 어머니에게 큰 실망을 했고, 다시는 책을 선물하지도 책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도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 때 당시, 제가 가진 마음은 상대방을 위해 내가 누리는 좋은 것들을 알게 해주고 싶은 것들과 안타까운 마음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것이 상대방과의 관계에 그다지 좋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왜 어머니에게는 감놔라 배 놓으라며 쏘아붙였던 걸까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어요.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역시나 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어머니만은 예외로 두었던 겁니다. 왜냐고요? 다름 아닌 저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저에게 가족이란 이름 자체로 너무 소중하고 그만큼 더 특별하니까요. 다른 사람을 바꿔내려면 엄청난 시간, 정성, 수고를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죠. 저에게 그럴 만한 가치는 가족이라는 이름이고, 수고를 들일 수 있는 건 저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살핀 이의 희생과 수고에 대한 깊은 감사함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어머니의 오아시스를 찾아내기 위하여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관계에 있어 타인에 대한 간섭은 되려 관계 형성에 걸림돌이 될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필요 사항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그를 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영향력을 지녔다면 말입니다. 이는 어쩌면 저의 허무맹랑한 용기 또는 욕심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저 제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하기에 그렇게 될 수 있다면야 어떠한 고된 수고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저부터가 좋은 삶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블로그를 통해 독자분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법한 글을 쓰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건 오롯이 독자 여러분들의 몫일 것입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하는 만큼 독자 여러분들에게 관심을 쏟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건 여러분의 선택 사항일 것입니다. 뭐 또 모르죠. 시간이 지나면 제가 생각이 바뀌어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독자 여러분들을 일일이 만나러 다닐지도 말입니다. 아마도 제 블로그에 들어와 지금처럼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여러분들은 이미 저보다도 더 잘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싸워나가시는 걸 멈추지 마십시오! 저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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