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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부엉이들과 공존하며 살아가기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2. 4.

오늘은 매우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더랬다. 씨부럴! 시계를 보니 너무 이른 시간이다. 시계에는 3이라는 숫자가 첫 단위를 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약간의 퉁명스러움이 가미된 투정에 불과했다. 전날 밤, 저녁 8시에 잠에 들었기 때문에 한 이틀 정도는 잠을 안 자도 될 만큼 푹 자고 일어난 시간이 새벽 3시였던 것이다. 실로 이게 얼마만의 이른 새벽의 기상인가 싶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3이라는 숫자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누운 자리에서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에 세면을 하고 주섬주섬 옷과 가방을 챙겨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햄버거 가게에 도착하니 새벽 4시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내 뒷 테이블에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몰려 다니는 부엉이 떼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부엉이들은 늦은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치지도 않는 지 쉼없이 떠들어 댔다. 괜히 부엉이가 아닌가 싶었다. 부엉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굳이 귀기울일 필요는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글을 쓰다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이끌리기 일쑤였다.(바로 뒤에 있어서 집중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겨우 글 세 줄이나 썼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젠장..! 예정에도 없던 귀가였다. 새벽의 어스름한 분위기 때문인지 집에 도착해 내리 4시간을 자버렸다. 자고 일어난 뒤에 시각을 보고나서는 앉은 자리에서 부엉이 탓을 해대기 시작했다. "내 뒷 자리에 그놈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미 글을 다 완성한 후에 지금쯤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나는 다시 부랴부랴 옷과 가방을 몸에 두른 뒤에 재차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나도 한 때에는 부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초저녁에 같은 부엉이과 친구들을 만나 미래에 대한 그 어떤 상념도 없이 다음 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정신없이 지저귀는 것 말이다. 누군가는 나의 그러한 시절을 시간 낭비라고 폄하할 수 있겠지만은 나는 그 때의 시간들을 매우 소중하고 값지게 생각한다. 내가 또 언제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마음 맞는 친구들과 부엉이 마냥 몰려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 시간들을 그렇게 보내지 않은 것보다 보낸 지금의 나 자신이 훨씬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간에 학업에 온전히 열정을 쏟았다면 또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은 결코 그렇게 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여전히 온전한 나로서 존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나는 결코 타인들의 기대나 바람을 따라가지 않고, 내면의 길에 충실했다.) 그렇기에 나는 부엉이들의 시끄러운 지저귐을 사랑할 수 있다. 비록 글쓰는 작업에 주요한 방해 요인이 되었지만 말이다.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내가 부엉이들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부엉이들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부엉이들의 활동을 방해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나의 작업을 정상적으로 이어나갈 방도가 필요하다. 짐작하기에 부엉이들이 해치는 시각은 새벽 4시 30분 즈음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부터는 그 시각 이후에 글쓰기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부엉이들과 공존하기를 택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세계는 결코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와 현명하게 공존하는 것만이 나의 세계를 공고히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