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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를 잃은 밤.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2. 25.

오늘은 정말 글을 쓰기 싫은 하루다..

 

​어제는 일요일 대신 글을 쉬는 날로 임의로 정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합리화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더 쓰기 싫어지는 날이다. 차라리 비라도 억수로 쏟아졌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것 역시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더러 짜증만 날뿐이다. 외국으로 튀기라도 하고 싶은데 그것도 답이 못 된다. 배신감과 실망감에 이어 분노로 점철되는 감정의 사이클을 겪어낸 나의 오늘을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다. 삶에는 여러 굴곡이 있는 게 당연하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곡점에서 추락하는 지점은 결코 반갑지가 않다. 그냥 좀 무기력감을 느낀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아니면 내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건지? 지금 이 시국을 어떻게 스스로 합리화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신의를 잃었고, 그 신의에 응답하는 자가 우리의 위험을 초래하였다. 온 국민의 목숨 값이 어리숙한 지도자의 판단 오류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나름 사람을 잘 파악한다는 나로서는 매우 혼란스러웠고 어찌할 수 없다는 상황의 무력함에 갈 길을 잃은 듯하다.

​전문가들의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눈과 귀를 막은 채 권력 동조 세력들의 아첨에만 의거하여 정치적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신의를 잃었고 이제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방향 또한 잃어버렸다.

​오늘은 몸과 마음이 꼭 궁지에 몰린 생쥐 꼴처럼 보인다. 감정은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지도자라고 불리는 이에게는 그 중요한 것이 결핍되어 있는 것만 같다. 내 의견이 틀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다수의 상식선에서 판단해볼 수 있는 쉽다면 쉬운 논제기도 하다. 상식 밖의 행태를 선보이고 있는 그도 역시나 욕망에 아첨하는 평범한 인간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먼저라며 강력한 눈빛을 쏘아대던 그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2017년, 푸른 지붕 집에 살던 노망난 할멈의 경우와는 다르게 대다수가 쉽게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교묘했다. 우리는 신선한 그들의 계략에 놀아났다. 나는 신의를 잃은 불쌍한 나의 영혼에 코스모스 한 송이를 바친다.

​일각에서는 어찌하여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고 가느냐?라며 따져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의 잘못을 따져 묻는 것이 아니다. 내각의 무능함. 즉, 내각을 무능한 관료들로 임명하여 국운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책임을 따져 묻는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장은 그저 틀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 이 문장은 현재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중국 사람이 먼저다. 북한 사람이 먼저다. 자신 가족 밖의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에게 가족은 우리가 아니였을지도 모른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결심한다. 훗날 나에게 매 맞는 유일한 어른 사람은 바로 당신이 먼저가 될 것이다. 여전히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회피하기에 급급해보이는 이 싸구려 달을 나는 당장이라도 산산조각 내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