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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사이트 News

혐오스러운 크립톤 비면역자의 24시간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3. 6.

오늘은 하루를 아주 멋들어지게 망쳐버렸다. 나름 이유라며 변명하기를 중국에서 건너 온 신종 감염병 때문에 작업할 공간을 찾지 못해서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다 해야 할 일을 단 1도 하지 않고 있었다. "씨발 이럴 거면 아침에 명상은 왜 한 거냐? 명상하면서 존나 성스러운 듯 지껄여댔던 나 자신과의 약속은 그냥 개지랄이었던 거냐?"라는 마음의 소리가 내 측두엽을 존나쎄리 파고들고 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킥킥거리는 누리꾼들이 있을 걸 생각하니 그나마 위안은 된다. 너희들이 기뻐할수록 불쌍해지는 건 바로 너희들 자신임을 기억하라.

기분이 더러울 때, 글이 아주 신랄하게 잘 써진다. 내 안에 무슨 폭염 같은 게 막 용솟음치면서 키보드에 대가리를 박고 싶은 충동. 내가 봐도 난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해서 스스로 자해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대가리를 박고 싶은 충동은 그저 충동일 뿐 이는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가리를 키보드에 존나게 처박으면 세포들이 죽으니까 더 빡대가리가 될 것이 아니냐?! 나를 조롱하는 빡대가리들보다 멍청해질 수는 없다.

하루 종일 투애니포쎄븐 동안 집에서 뉴스특보나 쳐보고 앉아있고 먹기는 얼마나 또 처먹었는지 내달 안에 새끼 몇 마리는 낳을 포텐이다. 미안하다, 동지들.. 형은 지금 대가리에 똥만 가득 차서 동지들을 위로해 줄 수가 없다.. 누군가 위로해 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이렇게라도 위안을 삼고 있는 거니까 부디 넓디넓은 시베리아 마음짝으로 날 어여삐 여겨주길 바란다. 그렇다고 골룸 보듯이 눈을 내리깔고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에게 집은 크립톤 밭이다.

오늘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는 나약한 원숭이가 된다는 사실을..! 정말 온종일 원숭이 마냥 대가리만 긁어댔다. 지속적으로 무기력했고, 망설였다. 마치 크립톤으로 둘러싸인 건물 외벽 안에 갇힌 한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나는 보았다. FUCK! TV를 없애야만 한다. 그것이 크립톤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환경이란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우리 삶에 90% 이상의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아는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습관!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는지 습관이 중요하다며 태극기를 열렬히 흔들던 나도 오늘은 환경에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나약하다. 나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강해질 것이다. 오늘은 미끄러졌지만? 아니다. 미끄러진 게 아니야! 내가 스스로 맨홀 뚜껑을 열고 냄새나는 하수구로 기쁘게 걸어들어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의 나를 혐오한다. 나는 혐오스러운 크립톤 비면역자이므로 더 이상 집에 있다가는 마포대교의 영원한 동지가 될 것 같아서 도망치듯 튀어나왔다!

말이 많다만.. 크립톤 고자 새끼가 초록색만 보면 환장한다는 사실은 대체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안에 초록색 괴물이라도 자리 잡고 있는 걸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마음을 진정하려고 주문한 차의 색깔도 초록색이다. 젠. 장.

집중력과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퍼부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싶다만 그 타이밍이 지금은 아닌듯싶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혐오스러운 나 자신을 충분히 만끽하며 자괴감을 실감 나게 맛보고 싶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하고 전사하리라! 악마는 멀리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우리와 늘 함께 하고 있다. 게으름, 빈둥거림, 귀찮음, 늦잠, 핑계, 변명, 열등감과 같은 인간의 하위 감정이 그들의 집이 되시겠다. 이제는 이판사판이다. 우리 집에 넘쳐나는 크립톤으로 내 직접 너희들의 뒷구녕을 뚫어주리라. 이상으로 크립톤 비면역자의 자기혐오로 마취된 정신가출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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