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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물건 정리하기 -2편-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3. 16.

방의 기운이 달라졌어요.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가 방에서 노트북을 펴고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변화지 않나요?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히 방의 기운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저 방을 제대로 정리했다는 것만으로도 근본적인 것들이 달라진 거죠.(그래도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집에 저 혼자 사는 게 아닌 가족과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의 짐보다는 가족의 짐이 훨씬 더 많아요. 그래서 가족의 물건을 함부로 쉽게 정리할 수 없다는 게 다소 아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소품류 정리를 할 때 몰래 버려두었던 가족의 물건들이 들키면서 물건의 행방을 묻는 가족과의 입씨름은 필수 코스가 되었고요. 그래서 굳이 이 이상으로는 무리하지 않으려고요.(사상이 다른 가족을 설득하기란 여간 피곤한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있어요. 하아)

​어쨌든 곤도 마리에의 정리 법에 따라 5일간의 물건 정리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이제는 물건들의 자리를 찾아주는 일만 남았어요.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예전부터 느끼는 건데요. 일본 사람들은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한 것 같아요. 작년 크리스마스에 혼자서 일본에 갔었어요. 간사이 공항에서 난바 역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가정 집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신기했던 게 집집마다 하나같이 물건들이 일정한 모습으로 정리되어 있었다는 거예요. 정리가 안 된 집도 못 봤고요. 조금 과장하자면, 군대 생활관처럼 각이 잡혀서 항상 반듯이 제 자리에 있는 물건처럼 말이에요. 그걸 보면서 그저 감탄 밖에 안 나왔어요. "역시 먼저 앞서 간 선배 나라는 다르구나."하고요. 그렇지만 요즘 행태를 보면 아베 정권과 유니땡땡은 자국의 성숙한 시민 문화에 반하여 되려 국가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쉬운 감이 조금 없지 않아 있어요. 역시나 관상은 과학인가 봅니다.

​츠타야의 마스다 무네아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음악의 거장인 히사이시조 그리고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까지 예술과 사상, 생활적으로 일본의 문화와 의식이 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쳐오고 있는 것 같네요. 사실 책을 고를 때에도 일본 작가들의 책에 자주 손이 가고는 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감성이 저에게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제 인생 영화가 모리 준이치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인 걸 보면 말이죠.

​일본에 지진의 영향만 없었더라면 지금쯤 저는 일본에 살고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지금도 조금 고민하고 있긴 해요. 글을 통해서 살짝만 공개하는 거예요. 전 제가 가진 계획이나 결심을 누군가에게 다 공개해버리고 나면 안 하는 징크스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자세한 내용은 비밀로 부칠게요. 쉿.

어제까지 열심히 물건 정리를 한 자신에게 오늘을 휴일로 선물하기로 했어요. 이번 글을 끝내고 나면 가볍게 산책이라도 나가봐야겠어요. 산책하기에는 날씨가 꽤나 춥지만 말이에요. 이번 겨울은 생각보다 많이 긴 것 같아요. 이런 날씨엔 자칫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요즘 같은 때에 감기 걸리면 사람들이 식겁합니다. 그러니 부디 여러분 각자의 위치에서 힘내주세요.)

내일은 이른 새벽에 돌아올 것 같아요.
그럼 모두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