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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 시절 속으로 떠나는 여행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3. 27.

오늘은 주제를 '당신의 그 시절 속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잡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당신은 바로 저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몇 년 전부터 유년기에 가족들과 함께 모여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셨는데 오늘에서야 방문하게 되었네요.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에 자리에 앉아 책 한 권을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가방 속에 책을 넣어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책을 읽는답니다. 제가 읽은 책은 영화 '아바타'를 감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더 퓨처리스트'입니다. 예전에 읽다가 다 읽지 않고 덮은 책인데요. 영화 '아바타'를 보고, 너무 감명이 깊은 나머지 "저 영화를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바타를 만든 사람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는 인터넷을 전부 뒤지면서 누구인지 알아보았었습니다. 감독의 저서가 있을까도 찾아보았는데요. 아쉽게도 자서전은 따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책을 찾아보던 중에 미국에서 영화 기자로 활동하는 '레베카 키건'이란 사람이 아바타 촬영 현장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그의 이야기를 펴낸 '더 퓨처 리스트'란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구매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관련 기사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를 제작하기 위해서 깊은 해저 밑으로 직접 잠수함을 타고 탐험을 하였다고 해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 놀랍고도 아름다워 보였어요. 그래서 그의 순수한 열정의 근원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탐구해보고 싶었고, 그의 머릿속에 펼쳐져 있는 놀라운 생태계의 세계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싶었답니다. 저와 같이 그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신 분에게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 어머니가 살던 집은 산 밑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요. 아직 봄꽃이 다 피지는 않았지만 막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꽃 몽우리를 보니까 봄이 발 앞까지 와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어머니의 어린 시절에는 마실 물을 약수터에서 길어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어요.(저도 초등학교 시절에 가족들과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와서 끓여 먹었었네요.) 맏이였던 어머니는 약수터에서 집까지 양동이에 물을 받아지고 산자락을 오르락내리락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그 길을 함께 둘러보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들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둘러보면서 아쉬웠던 건 어머니의 집이 산자락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집은 철거가 되면서 집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집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한참을 이리저리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산바람을 몇 시간 동안 맞았더니 오늘 아침부터 콧물과 재채기가 저를 괴롭히네요. 그래도 콧물 나는 거 얼마든지 괜찮아요. 왜냐하면 어머니가 그렇게 천진난만해 하면서 신나 보이는 모습은 처음 봤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행복했어요. 게다가 저보다 나이는 두 배가 더 드셨는데 오히려 저보다도 힘든 기색이 없으셨어요. 천진난만했던 유년기로 돌아갈 수 있었던 시간 여행 덕분이었을까요.^^

집터에서 이런저런 어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다가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에 대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개 이름은 메리였는데 엄청 똑똑했다고 하시면서 이 산자락을 온종일 헤집고 다녔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 메리가 누군가의 악행에 의해서 약을 먹고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슬퍼서 그때부터 개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요. 그제야 어머니가 그토록 강아지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어머니는 단순히 개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더 이상 풀어쓰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실 거예요. 사랑하는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면 너무나 슬플 거예요.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지만 어머니의 속마음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은 적었던 것 같아요. 이제라도 이렇게 알 수 있게 되어서 참 감사한 것 같습니다. 메리 이야기를 듣고 제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메리를 그려 보았어요. 똑똑한 메리를 표현하기 위해 똘망똘망한 눈매에 포인트를 주었답니다.

우리는 늘 옆에 있어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의 진정한 가치를 잘 알아보지 못하죠. 저에게는 오늘이 그러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실로 귀중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것으로 머무르게 하는 것보다 달리 바라보면서 새롭고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