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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싸우는 게 낫다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5. 26.

오늘 저녁에는 저자 강연회에 참석합니다. 강연의 내용은 2012년 MBC 공영 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일선에서 170일 동안이나 사측과 맹렬히 싸워냈던 용감한 드라마 PD님의 일대기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강연회에 참석하기 전에 투쟁기가 실린 PD님의 책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쥐새끼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라는 잡소리까지 늘어놓는 무능하고 썩을 대로 썩어버린 정권까지 언론은 정부에 의해 장악(탄압) 되고, 결국 언론의 자유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이는 엄청난 공공성의 훼손을 불러일으켰죠. 이에 PD님은 MBC의 정상화를 위해 비리로 얼룩진 정권의 탐관오리들과 정면 맞짱을 신청합니다.

이렇게 PD님의 용기 있는 외침을 시작으로 170일간의 총파업이 진행되고, 결국 정권의 하이에나는 파면되게 됩니다.

여러분, 여러분 말이에요. 네. 맞아요. 여러분. 여러분은 이러한 상황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굴복하실 건가요? 아니면 저항하실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눈치만 보느라 바쁘실까요? 이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항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수비는 공격이라고 하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요. PD님 만큼은 아니지만 부당함 앞에 매번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싸움에는 항상 그에 맞는 보상(?)이 따라왔어요. 윗 사람이 어찌나 제게 탄복했던지 다음 날부터 영원한 휴가를 주겠다고 제 멱살을 꼭 쥐고 약속을 하더군요. 살면서 멱살은 한 번 잡혀봐야 눈 감을 때 아쉬움이 없겠죠. 그래서 그분에게 참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저에게 이렇게 또 하나의 삶의 경험을 선물해 주셨으니까요.

Experience

한 번은 군대를 제대하고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어요. 점심시간에 점심을 안 주는 거예요. 심지어 밥 먹으라고 휴식 시간도 주지 않더라고요. 일이 바빠서 그러겠거니 했어요. 그래서 저녁때까지만 기다려보기로 했죠. 그런데 이놈들이 저녁 7시 반이 지나도 저녁 식사는커녕 휴식 시간에 대한 소식이 조금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바로 그 자리에서 간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협의 통해서 부당함에 동의하는 인원을 데리고 나왔죠. 그렇게 근무지를 나와 카페에 자리를 잡고 기쁜 마음으로 담당자 욕을 신나게 해댔어요. 우리는 정말 기뻤습니다. 우리는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였고, 자유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이후에도 사회생활 과정에서 앞잡이, 하이에나, 까마귀 등 몇몇의 앙칼진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저는 맞짱을 서슴지 않았고, 자유를 얻었죠. 비록 일자리를 유지하진 못했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그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 항상 그게 전환점이 되어서 더 좋은 사람과 기회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고맙다. 친구야.


부당함에 버티지 못할 거라면 굴복하기보다 차라리 싸우는 게 낫습니다. 굴복 당한 자리에는 당신을 위한 어떠한 안정된 미래도 권리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막연히 일터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알고도 모른체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눈밖에 나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확신합니다. 온갖 부당함을 일삼는 약탈자들에게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은 설령 일자리를 잃을지는 모르겠지만 존엄성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겁니다. 혹자는 제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와는 반대로 무책임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내 존엄의 보호를 위해서) 매번 기를 쓰고 저항하고 있는 겁니다.

누군가가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할 거지?"라고 퀘스천 마크를 붙인다면, 제가 해줄 대답은 "그때로 돌아간다라.. 그럼 역시나 시원하게 엿 먹여야지! 그리고 똥줄 좀 제대로 타게 해줘야지! 엿만 먹인 게 아쉬웠으니까 말이야."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제가 그때 제 마음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많이 괴로워하고 있을 게 틀림없어요. 어쩌면 우울증을 앓았을 지도 모르겠고요. 이건 단순히 지느냐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앞으로의 제 인생을 위해서도 그리고 궁극적으로 제가 제 주권을 옳게 지탱하면서 살아갈 날들을 위한 예의의 측면에서도 필요한 것이 될 수 있겠죠. 그러나 매번 생업을 포기하고 싸우라고 권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마다의 이야기는 각자 다르고, 풀어내는 방법 또한 다를 테니까요. 다만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나를 지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가끔 질 수도 있죠. 매번 싸울 수도 없고요. 피해서 이길 수 있는 순간이나 상황도 존재하니까요. 그렇지만 나의 권리를 끌어내린다면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언제 어디서나 나를 잘 지탱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하는 사회를 꿈꿉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