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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오묘한 존재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6. 1.

제 침대 머리맡에는 일렬로 나란히 책이 세워져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데다가 눈에 보이는 곳에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책이란 녀석은 참으로 오묘하고 심오하며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읽혀야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좋아하는 대상인 책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책 읽기를 거의 매일 해오고 있는 저이지만 왠지 책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따분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종종 내적 갈등이 찾아오고는 합니다.

​다시 한번 역설적이게도 책은 참으로 오묘합니다. 책이란 녀석은 읽기에 아무래도 따분할 것 같지만 끝끝내 읽기 시작하기라도 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책의 내용에 몰두하게 되며, 읽으면 읽을수록 내면의 평온과 충만함을 얻는 진정한 자아의 기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매우 잘 알면서도 책이란 녀석은 항상 읽기 싫어해야 할 것만 같은 모순에 빠지곤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저는 아직도 심히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길이 먼 수준임을 알게 되죠.

​저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야 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저 자신에게 먼저 해당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모순 덩어리인 우리의 불확실한 존재를 심연에서부터 건져 네어 진정한 자아의 발견을 끌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라는 신의 묵시록을 읽어야만 합니다. 저라는 존재는 책을 손에 잡기 전과 후의 이분화된 두 개의 자아로 나뉩니다. 책의 진정한 기쁨을 잊고 있을 때면 제 존재 자체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의 상태인 덩어리로 존재하고, 기어이 책을 손에 잡고 다시금 기쁨을 느낄 때면 이 깊고 넓은 우주 안에서의 균형점을 찾아 자리를 잡으며 내 존재를 스스로 명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지성의 감천인 '감이당'을 이끌고 계신 고미숙 작가님의 고언이 담긴 책 한 권을 손에 잡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롯이 겨우 책 한 권의 몇몇 부분만을 가지고도 정신적 고양을 이뤄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책은 저 혼자서만 알고 읽어내기에는 영영 부족할 따름입니다. 책에서 작가님은 앎의 해방을 찬양하며, 그것을 항상 늘 곁에 두고 지녀야 함을 일러주고 계십니다. 고미숙 작가님의 배움에 대한 깨달음이 담긴 이 책을 손에 잡는다면 스스로가 진정 궁극으로 목적하는 존재의 그것과 일순간 맞닿을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읽고 또 읽어내시길 바랍니다. 스스로가 본디 원하는 존재가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