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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사이트 News

야간 행군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5. 24.

 

"박중사님! 너무 캄캄해서 앞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네요?!"

"참.. 그러네 천천히 가자. 이런 깊은 산 속에 길이 다 있네.."

"와.. 이거 옆에 다 절벽 아닙니까? 진짜 조심해야 겠습니다. 와 진짜..와...와~"

칠흑같은 어둠이 짙게 깔린 산 중턱, 운전병은 야간 행군 대열을 따라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차 안은 걱정섞인 탄식만이 계속해서 맴돌고 있다.

나의 모든 신경은 눈 앞을 겨우 비추는 정도의 작은 전조등 불빛에 집중되어 있었다. 적막에 휩싸인채 나와 함께 군용차에 동승한 박부사관, 군의관, 의무병은 대체로 말이 없었다. 우리들의 투박하고 건조한 대화는 두려움이라는 공통의 감정선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나마 위안이랍시고, 운전석 시트 밑에 불안함을 달래줄 요깃거리들을 주섬주섬 꺼내본다. 과자 봉지를 중간 크기 정도로 뜯어 박부사관에게 권한다. 박부사관은 사병에게 얻어먹는 게 머쓱한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바닥으로 가져다 주는 과자 조각들을 거부하지 않았다.

2013년 야간 행군을 하면서 군용차 안에서 느꼈던 감정선들을 현재에 와서 간단하게나마 그때 그 장면의 그림과 함께 다시 각색해보았습니다. 찌걱거리는 운전석의 스프링 소리, 차가운 쇠와 흙, 휘발유가 뒤섞여 풍겨오는 눅눅하고도 거친 냄새가 일련의 기억 한 편을 잊히지 않게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되새김질 할 수 있을 만큼 다행스럽게 군생활을 했다는 것은 행운일 것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어떤 누군가와는 다를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누구나 내가 보기에 다행스럽거나 괜찮은 날은 있을겁니다. 그러니 나에게 남은 생을 살아감에 있어 안 좋은 날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았던 날을 생각해봄이 어떨지요?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부터요. 행복은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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