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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사이트 News

내가 산책하는 이유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5. 21.

 

오늘까지가 휴일이어서요. 장난감을 좋아하는 저는 평소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완구 거리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세 갈래로 양분된 골목에는 완구 상점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밀집된 문구사의 향연을 보며 잠깐 넋을 잃었어요. 또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장난감을 고르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넋 나간 시선을 뒤로 하고 얼른 발을 옮겼어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모든 완구 상점들을 들어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포켓몬 친구들에 관련된 옛 장난감은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몇몇의 장난감을 볼 수 있었어요. 몇 개는 구매하고 싶었지만 박스 사이즈가 너무 크고 먼지가 많이 낀 관계로 눈으로만 만족했답니다.

정리가 안 되어 옛날 장난감 박스가 널브러져 있는 오래되어 보이는 한 문구사에서는 장난감을 들춰내며 보물 찾기하는 재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새끼(?) 슈나우저 강아지 한 마리가 저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더라고요. 근데 얘가 은근히 츤데레에요. 가만히 있으면 제 다리에 자기 앞발을 대고 치대다가요. 귀여워서 만지려고 하면 피합니다. 그러다 다시 장난감 고르기에 몰두하고 있으면 어느새 제 다리에 앞 발을 올리고 핥아요. 귀엽죠?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이 친구 사진을 못 찍었네요. 글 읽는 분들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은데요. 여하튼 그렇게 정신없이 동심 여행을 하니 배가 고파졌어요. 그럼 식사를 해야겠죠! 뭘 먹을까...

 

옛날 통닭을 먹었습니다. 예전 우리네 아버님들이 월급 날 회사를 마치면 종이 봉투에 튀긴 닭 한 마리를 투박하게 담아서 집으로 향했던 그 추억의 튀긴 닭입니다. 시원한 콜라 한 잔과 함께 치킨을 양념 소스에 찍어서 손으로 들고 뜯어 먹는데요. 그게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 아~ 행복이 이런거예요. 절대 멀리 있지 않아요. 이런 겁니다.

근데 먹다보니 저 말고 다른 분들도 다 손으로 들고 먹더라고요? 알고 보니 식당에 포크가 없는 겁니다. 대신 테이블마다 위생장갑 뭉치가 놓여 있습니다. 뭔가 옛날 통닭집답게 무심한 어떤 감성이 있는듯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오늘의 산책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잠깐이라도 산책을 하니 확실히 기분도 산뜻해지고 마음과 몸에 좋은 영향이 있는 것 같네요. 곧 또 바빠질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 여유 있게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오겠죠. 그래도 이렇게 날씨 좋은 날과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나갈 수 있는 날은 우리 인생에서 생각보다 많지가 않을거예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이토록 아름다운 날을 많이 만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제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게 해주는 오늘의 여유가 있음에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이러한 날들이 나에게 과연 얼마나 허락될 것인지에 대한 아쉬움 가득한 마음이 들어서요. 그러니 아무쪼록 다들 오늘의 내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 가보시길 권장 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창신동 '완구거리'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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