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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VS 고수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9. 17.

여러분, 미국 서부 영화를 보면 위의 그림처럼 총잡이들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볼 수 있죠. 카메라는 총잡이들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며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총잡이들의 심리의 흐름을 보여주어 대결 구도를 아주 긴장감 있게 전하려는 의도에서입니다. 재미있게도 어제 저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요. 진짜로 총잡이가 되었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그럼 이제부터 어제 있었던 저의 경험담을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어제는 명절을 틈타 서울에 올라온 김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친구를 만나면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만나는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총잡이들 간에 흐르는 긴장감이 느껴지거든요. 뭐 앙숙 같은 거냐고요? 전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고요.^^;; 우리는 만나면 그런 묘한 긴장감 속에서 대화를 통해 일종의 치고받는 구도가 형성돼요.

마치 1:1 대결을 펼치는 칼싸움처럼 말입니다. 1차로 소소하게 중식당에 가서 요리를 시켜놓고, 가볍게 음식에 대한 평을 논하기 시작합니다. 이곳은 탕수육을 튀길 때 옥수수 전분으로 튀김옷을 만드나 보네!, 나는 전분에 대해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던데! 정통이네 아니네, 설탕을 첨가한 건가 양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단미인 걸까? 하면서 각자의 자평을 통해 상대의 의중을 조금씩 떠보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그동안 서로 조금씩 어떤 일이 있었는지 탐색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음식에 대한 논평을 하며 몸풀기를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서로의 칼을 맞대어 보는 대화가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한 대화 주제에 대하여 극도로 집중을 하여 각자의 의견을 교환해나갑니다. 웬만하면 대화중에 침착함을 잘 유지하며 의견을 펼치는 스타일인 저에게 그 친구는 날카로운 칼날로 저의 허점을 실시간으로 쿡쿡 찌릅니다. 그러면 저는 이내 당황하여 의견을 바꾸기도 하고, 틀리지 않다고 생각되면 당황했더라도 고수하기도 하는데요. 그 순간 대화에 땀을 쥐는 어떠한 긴장감과 떨림이 느껴지는데, 이게 정말 묘한 쾌감을 불러오는 것 같아요. 그 친구는 매우 논리적이며 이성적이지만 또 상대의 감정과 의중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탐색자인 성향이 매우 짙거든요. 또 저와 그런 면에서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치열하고 긴장감 있는 대화가 오가면서도 서로가 편안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각자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는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로 표현하는 매우 중립적인 성향을 지향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고, 소신을 가지고 와일드하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되면 그 시간 동안 서로 갈고닦은 자신의 칼이 얼마나 날카롭고 정교한지 칼집에서 칼을 꺼내어 서로 맞대어보는 거죠. 그리고 결코 승자는 없죠. 우리의 대결은 결투보다는 스포츠에 가깝습니다. 대화를 통해 각자의 수준을 가늠해보며, 배울 점은 배우고, 잘못된 것은 서로의 정교한 칼날로 쳐내주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런 친구를 가졌다는 건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은 같지만 내가 가지지 않고 있는 권법(?) 또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그 친구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저의 사고의 폭과 깊이가 더욱 확장해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식사 시간을 포함해 장장 5시간에 이르는 칼싸움을 하고 나서야 만족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서는 다음의 대결을 위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홀연히 각자의 길을 갔죠.

친구와의 긴박했던 스포츠를 마치고 나서 기력이 많이 소진되었어요. 논리적인 상대의 말을 이해하느라 엄청나게 집중하고 머리를 굴렸거든요. 그렇지만 그토록 매우 집중해서 논리 회로에 과부하가 걸리면 자고 있던 저의 뇌세포들이 말랑말랑하게 깨어나는 것 같거든요. 너무 집중한 탓에 편두통까지 올 정도였지만 그래도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우리는 대화에 고도로 집중하며 주고받는 과정을 통하여 각자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냅니다.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만나 각자의 무력을 겨뤄보면서 함께 발전하는 거죠.

여러분은 함께 치열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고수 친구가 있으신가요!? 요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지금까지 드는 생각은 다수의 하수들보다는 재야의 숨은 고수 한 명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 나의 발전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위를 잘 둘러보세요.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고수인지 말입니다. 그들에게는 하수들에게 없는 내가 배울 만한 특별한 것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사람을 친구로 또는 동지로 삼아 내 인생의 깊이를 더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삶에 좋은 길동무가 되어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