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이 익숙해질 때

그렇게도 낯설기만 했던 곳이 어느새 시간이 지나 익숙한 풍경으로 들어설 때면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시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다가 가끔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의미 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마음은 계속 의미를 찾는다. 그렇게 종종 의미 없는 단락들로 나를 채워 넣을 때가 있었다. 그러한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내게 남은 시간에 좀 더 신중함을 기해야 할 것이다.

​낯선 곳이 익숙해질 때 비로소 그곳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시간에 비례하여 그 모습을 나타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떤 장소나 공간이 그렇고, 사람도 역시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여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매 순간 어떠한 선택이냐에 따라 저마다 삶의 색깔은 다르게 칠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남은 생을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그것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삶의 방향을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 기술이나 능력을 길러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우리 내면의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찾아나가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철학이 없는 삶은 매우 공허해질 뿐만 아니라 어떠한 의미도 부여되지 않는다. 나는 이로 말미암아 단순히 풀을 뜯으며 방랑하는 양 떼의 일원이 되고 싶지는 않다. 끊임없이 내 본연의 철학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말과 행동 그리고 태도를 이 광활한 우주에 보임으로써 그에 맞게 흩날려오는 여럿 반응을 매 순간마다 영광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낯선 곳이 익숙해져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은 더욱 지금 이 순간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이러한 지속적인 진지함이 필요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