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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리 유망주였다.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3. 11.

저는 며칠 전부터 한창 집 정리에 열중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일본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 책을 읽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책을 읽다가 불현듯 억울했던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정리 얘기하다가 갑자기 쌩뚱맞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냐고요? 당연히 정리와 관련된 이야기이니까요.^^ 그럼 잠깐 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초등학교 체육 수업 시간이었어요. 수업 중간에 꽤 오랫동안 자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자유 시간에 뭘 할까 하다가 바로 이전 수업 시간에 친구의 가방이 정리되지 않은 채 물건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것을 보았던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저는 자유 시간을 틈타 그 친구의 가방을 정리해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에서 저는 뭐에 홀렸는지 친구의 가방을 열고,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기 시작했어요. 째깍째깍 시간이 한 10분쯤 흘렀을까요.. 교실 문이 스르르 열렸어요. 그리고 그 앞에는 담임 선생님이 서 계셨죠. 저는 개의치 않고 계속 정리를 했어요. 그때 담임 선생님이 저를 부르며 말을 건넸어요.

​​

"애야. 지금 뭐하고 있는 거니?"
"친구 가방 정리해 주고 있었어요!(해맑게 웃으며)"
"정말이니?"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어요. 담임 선생님은 제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다른 사람의 가방을 뒤적거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담임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저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어요. 저는 단지 친구의 헝클어진 가방 안을 깨끗이 정리해 주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담임 선생님은 제가 친구의 가방 속 물건을 훔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곧 그 일은 담임 선생님을 통해 학급의 모든 친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저는 일순간 친구의 가방을 뒤적거리며 물건을 훔치려 했던 도둑이 되어버렸습니다. 몇몇 친구들이 가방을 뒤졌냐고 물으면 나는 그냥 가방을 정리해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매우 억울한 표정으로 호소하기 바빴죠.

​물론 담임 선생님 입장에선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있는 일이었지만 꼭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그 일을 알렸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이해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다분할 수 있는 일이니까) 담임 선생님은 마녀사냥의 재판대에 저를 세워놓은 거죠. 만약 제가 담임 선생님의 입장이었다면 친구들에게 알리기보다는 당사자를 따로 불러서 진심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시도해봤을 것 같아요. 그때 만약 담임 선생님이 그렇게 하지 않고 제 말을 믿어주는 척이라도 했더라면 지금쯤 저는 곤도 마리에처럼 대한민국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요.

​<정리의 힘>을 읽으면서 어릴 때부터 정리에 홀딱 빠졌다는 저자(곤도 마리에)와 어린 시절 정리를 좋아하던 저의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다소 부족한 담임 선생님이 저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 저는 대한민국의 전도 유망한 정리 유망주였던 겁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더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저자를 알기 전부터도 평소 정리를 좋아하고, 즐겼거든요. 그런데 저의 정리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매번 정리를 깨끗하게 해놓아도 다시 어지럽혀지기 일쑤였고, 정리 때마다 정리가 일률적이지가 않아서 나름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자의 정리법을 습득하고 나서는 그런 걱정에서 말끔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의류를 약 50벌가량을 과감히 버렸고, 어제는 책 80권 정도를 처분했습니다. 저자인 곤도 마리에는 정리를 통해 인생의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정리를 완전히 끝내지 않은 저도 지금 그 변화를 실감하고 있어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완벽한 정리를 꿈꾸고, 새로운 삶으로의 변화를 맞이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저자의 책을 읽어보시고 실천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구하지만 제가 먼저 삶의 변화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흐흐. 그럼 전 정리할 게 남아서 먼저 떠나보도록 할게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