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 당신에게 전하는 INSIGHT NEWS
오늘의 인사이트 News

비우기 과정의 보스몹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3. 14.

오늘 아침부터 요란을 떨었더니 정신이 없네요. 요즘에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어제 저녁에 버리려고 빼두었던 냄비 몇 개를 어머니가 발견하시고는 이건 이래서 써야 되고, 저래서 필요하다며 다시 가져다 놓으시더라고요. 제가 그냥 단순히 막 버리는 게 아니에요. 기능적으로 사용 불가능한 것들만 일부 버리고 있거든요. 그중에 몇 개의 냄비는 손잡이가 나가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냄비 안이 검게 타버렸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그것들이 굳이 필요하다면서 절대로 버리면 안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그 냄비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시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어요. "이 냄비에는 고구마를 삶아 먹어야 돼." 사실 고구마를 주로 삶아 먹는 냄비는 따로 있어요. 훨씬 더 크고 확실히 제 기능을 하는 냄비죠.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너무 답답했어요. 그래서 아침부터 그 냄비를 버려야 되는 이유를 두고 마치 민주투사가 항쟁하듯이 열렬히 목소리를 높였어요. 열심히 한바탕하고 나니까 머리가 핑 도네요.^^;

물론 제가 버리기 이전에 타당한 이유를 설명했으면 더 좋았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거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면 제가 의욕을 잃을 지도 몰라요. 저를 이렇게 지치게 만드는 어머니는 진정 비우기 과정에서의 보스몹입니다.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에요. 제 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 책에서 가족의 물건을 굳이 버릴 필요는 없다고 해요. 저자 자신도 가족의 물건을 몰래 버리다가 오히려 가족과의 관계에 해가 된 부분이 있었다고요. 저도 사실은 버릴 생각이 없었는데요. 찬장 안에 있던 라면을 꺼내다가 우연하게 필요 없는 냄비 두 개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발견하질 말았어야 했는데..

우선 제 물건부터 완벽하게 정리한 후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제 코가 석자인데요. 괜한 짓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을 실천하면서 버린 물건은 의류 50벌, 책 80권, 서류 50장, 가구 및 소품 30종류입니다. 80%가 마무리되었네요. 정리를 하다 보니 "내 방에 필요 없는 물건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나?"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앞으로도 버릴 물건이 계속 보여서 흠칫흠칫 놀라곤 합니다. 버린 물건을 사진으로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네요.(어마어마 합니다ㅋㅋ) 정리가 끝나는 대로 정리 후의 변화된 삶을 코멘트해보도록 할게요.

곤도 마리에씨 덕분에 이제 제 소망은 최소의 물건으로 심플하게 살아가는 삶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일본에 갈 때, 곤도 마리에씨를 만나 뵐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보아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오늘의 인사이트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0) 2020.03.19
추억의 물건 정리하기 -1편-  (0) 2020.03.16
나는 정리 유망주였다.  (2) 2020.03.11
인생 뭐 있나요?  (0) 2020.03.09
서울의 확진 대기자들  (0) 2020.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