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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물건 정리하기 -1편-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 3. 16.

오늘 아침에 말이죠. 그러니까 지금 자정을 넘겼으니 어제 오전이 되겠죠. 어제 오전에는 정리의 마지막 단계로 추억의 물건들을 정리해보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아쉽게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괜히 사진 찍는 것에 심취했다가 정리를 그르칠까 싶어서요.(물 들어올 때 노젓자 주의)

추억의 물건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사진이겠죠! 그다음으로는 받은 선물이나 편지, 어린 시절에 사용했던 물건, 장난감들이 뒤를 이을 거예요. 첫 번째로 어린 시절의 제 사진과 가족사진 그리고 헤어진 그녀와의 사진을 정리하기로 했어요. 저와 가족사진은 굉장히 재밌고, 쉽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문제는 그녀와의 추억거리들이었죠. 몇 년 만에 보는 그녀의 사진을 들고서 한참을 빤히 바라봤어요. 그리고는 그녀로부터 받은 러브레터를 전부다 훑어보았죠. 쓸데없이 섬세한 저의 성격 탓에 사진과 편지를 한 장 한 장 읽어나갈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계속 아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녀가 정성스럽게 써준 편지와 선물 그리고 저에게 가장 큰 위기를 선사했던 킬링 포인트인 커플링의 등장까지, 그녀와의 추억을 정리하는 과정은 미련 섞인 아쉬움과 미안함, 죄책감 등이 동반되었어요. 결코 순탄치 않은 정리의 마지막 단계 다웠어요. 역시 보스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인가 봐요.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가위로 잘라 낼 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그러다가 굳이 자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는 그냥 조용히 봉투에 넣기로 했어요. 그녀와의 시간이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에 굳이 그걸 가위로 자르면 추억을 부정하는 것만 같은 기분 때문이었어요.(생각을 해보니 그녀와의 사진을 가위로 자르려고 했던 이유는 사실 단지 어쩌다 남들에게 사진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숨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리의 마지막 단계, 추억의 물품을 모두 정리했어요. 몇 개의 물건은 중고장터에 내놓았어요. 팔리면 수입이 짭짤하던걸요?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을 정리하고 나니 지금은 마음이 굉장히 후련하고 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녀와의 추억의 물건들을 정리할 때는 솔직히 정리를 중단할까도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나 눈 딱 감고 정리를 해보니 이렇게 후련할 수가 없습니다. 정리를 모두 끝낸 뒤에 방에서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 마치 따뜻한 료칸 안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깔끔함과 산뜻함 그리고 따뜻함입니다.

-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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