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 당신에게 전하는 INSIGHT NEWS
오늘의 인사이트 News

배달하기 좋은 날.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4. 15.

 

 

 

작품명: 비둘기 급식 배달부의 깨달음

작품 설명: 오늘 아침, 출근 시간을 착각해서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급하게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게으른 작가는 아침에 매우 배가 고팠다. 역사 안에 있는 빵집에서 가장 맛있게 보이는 빵과 우유를 구매하여 가방 속에 정성스럽게 담았다. 지하철을 타고 근무지로 향하는 시간 내내 생각했다. 열차에서 내리면 따뜻한 햇살 아래서 그 누구보다 여유롭고 맛있게 빵과 우유를 먹겠노라고..

드디어 때가 온 것 같다. 작가는 따뜻한 햇살 아래 양지바른 돌의자에 돌덩이만큼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설레는 감정으로 빵과 우유를 꺼냈다. 지하철에서 빵을 먹으면 민폐가 될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뱃가죽이 등딱지에 닿도록 안간힘을 써서 먹기를 참았더랬다. 그런 그이기에 간절히 기다리던 순간이다. 빵은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투명 비닐에 아름답게 싸여져 있었다. 작가는 비닐의 첫 이음새를 뜯기 시작했다. 이음새를 뜯으니 고소한 내음새를 풍기는 빵이 투명 비닐 밖으로 촉촉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완벽히 부드럽고 촉촉한 빵의 첫 맛을 느끼고 싶어 베어 물기 전 우유 한 모금을 입속에 담갔다. 이제 빵의 몸통을 집었다. 촉촉한 머리 밑으로 튀김옷의 바삭함을 느끼고 싶었던 작가는 비닐의 밑자락에 위치한 빵의 꼬리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눌러 몸통을 꺼내기 위한 시도를 하기로 한다. 시도를 하지만 '왜 이렇게 잘 안 나오지?'라고 생각하며 더욱 세게 밑자락을 밀어 올린다.

그 순간이.. 끝이였다. 빵은 사정없이 투명 비닐을 뚫고 마치 화성으로 향하는 로켓 마냥 하늘로 솟구쳤다. 작가는 사람의 모습을 잊은 듯 동물의 언어로 "어! 어!? 어!!!'를 정확히 세 번 연발한 후 빵이 추락한 돌바닥을 쳐다본다. 일순간 작가의 시선은 회색빛으로 뒤덮인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8초 안에 주워 담으면 먹을 수 있다는 일례의 희망을 품고 재빠르게 얄미운 투명 비닐에 빵을 실어 담는다. 다시 한번 정성스럽게 두 손으로 빵을 집어 들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벌떡 일어나 일단은 걸어보기로 한다. 한 2미터쯤 걸었을까.. 회색빛만 볼 수 있던 작가는 회색깔의 깃털을 가진 비둘기와 마주친다. 그리고는 확신한다."그래, 오늘은 내가 너희들의 급식 배달부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