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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유희, 어느 한구석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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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을 들고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어요. '와 역시 이 작가의 문장력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뭔가가 있다.'하고는 계속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어요. 알고 보니 내가 알고 있던 저자의 책이 아닌 겁니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A 책을 읽으면서 B 책 저자의 글이라고 착각한 것입니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에 책이 굉장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흥미로웠어요. 아니, 다른 작가가 썼다고 착각하다니요! 저는 착각인 줄도 모르고 열 페이지를 내리읽었거든요. 머릿속 회로가 잠시 꼬인듯하지만 책을 읽을 때의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담자면 책을 읽는 이의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으슥해지는 일이 되었어요. 내 머릿속의 아틀란티스가 책의 바다에 깊게 잠겨서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물살을 타고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잘 받아먹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에요. 말을 너무 어렵게 했나요? 그냥 책을 잘 읽고 있구나!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때의 저만이 갖는 유희는 정말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내용의 만족감에 집중해요. 그리고 독서 모임과 같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들을 유희 활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책이란 건, 결국 혼자 깊게 침잠되어 읽어 나가야 하는 고독한 취미이기에 책 그 자체의 유희에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책의 유희 활동을 방해하는 몇 가지가 있어요. 그것 가운데 하나는 부자연스러운 독서에요. 책 안의 유희만을 쫓아다니는 거죠. 책의 유희 활동을 느끼려면 내용에 충실히 집중해야 하는 게 먼저인데 오히려 반대로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재미만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이는 온전한 책의 유희를 경험할 수 없게 합니다.

책에서 얻는 즐거움과 밤하늘에 떠있는 별의 개수를 비례해서 저는 이제 네, 다섯 개 정도만을 관측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독서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에서 얻는 즐거움은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을 수 없고, 스스로 책을 읽으면서 발견하는 것이기에 더욱 특별한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 깊이 빠져들어 순간순간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의 유희를 발견할 수 있는 당신의 페이지를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