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책방에 다녀왔어요. 책방에 도착해서 먹을 것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일어서서 읽을 책을 골라보았어요. 몇 가지 책을 고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죠. 우리는 고른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어떤 한 책에 시선이 머무르게 되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저의 굳이 특별하지 않은 말의 장이 열린 것입니다.
우리는 그 책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을 풀어놓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꽤 긴 시간 동안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일리 있는 해석들을 내놓으며 열변을 토했죠. 서로 각각 읽어야 한다는 생각과 읽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확신에 찬 어조로 입장을 밝혀 나갔습니다. 최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존중하고 그럴 수 있다는 가정하에 열린 말의 장을 운영해 나갔죠. 서로 앞다투어 '우리 집의 재료가 신선하니 안 사면 후회할 거예요!'라며 더욱 확신에 찬 태도로 상대를 더욱 밀어붙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의견은 하나로 좁혀졌어요. 결국, 저의 생각이 맞는 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우리의 열띤 토론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책방을 나와서 뜨거워진 머리를 달랠 겸 잠시 산책을 하기로 했어요. 우리가 나눈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던 중에 이런 말을 듣게 됐어요. "우리가 그 책에 대해 나눈 대화가 책방의 다른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었을 거야!" 이 말을 듣고 괜스레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말의 장'의 장면 안에서 저는 스스로 중도를 지키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것들이 다 무색해질 만큼 창피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사실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고 있었음이 분명했어요. 그것도 가벼운 주제가 아닌 논제 앞에서 말입니다. 그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허세였습니다. 그 공간에서 함께 귀를 열고 들었을 분들은 논제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고, 제멋대로 공론화시키는 일 방향적인 현장을 보았을 것입니다.
"나의 아무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부정확한 판단이 화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았을까?? 그들이 꾹 참은 것일까?"
"나는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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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나는 너무 많은 말들을 씨불여 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굳이 표현하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저의 말이 누군가에게 또 한 번의 상처가 되었을지 모르는 터..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말하기에 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토론 주제였던 그 책을 제가 먼저 읽어보려고 합니다.
말이라는 것은 결코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매사에 신중해야 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네요. 동시에 블로그에 저의 말을 글로 남기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한층 깊어지게 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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