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 당신에게 전하는 INSIGHT NEWS
오늘의 인사이트 News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에 대하여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4. 22.

 

어제는 책방에 다녀왔어요. 책방에 도착해서 먹을 것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일어서서 읽을 책을 골라보았어요. 몇 가지 책을 고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죠. 우리는 고른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어떤 한 책에 시선이 머무르게 되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저의 굳이 특별하지 않은 말의 장이 열린 것입니다.

 

 

우리는 그 책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을 풀어놓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꽤 긴 시간 동안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일리 있는 해석들을 내놓으며 열변을 토했죠. 서로 각각 읽어야 한다는 생각과 읽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확신에 찬 어조로 입장을 밝혀 나갔습니다. 최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존중하고 그럴 수 있다는 가정하에 열린 말의 장을 운영해 나갔죠. 서로 앞다투어 '우리 집의 재료가 신선하니 안 사면 후회할 거예요!'라며 더욱 확신에 찬 태도로 상대를 더욱 밀어붙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의견은 하나로 좁혀졌어요. 결국, 저의 생각이 맞는 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우리의 열띤 토론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책방을 나와서 뜨거워진 머리를 달랠 겸 잠시 산책을 하기로 했어요. 우리가 나눈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던 중에 이런 말을 듣게 됐어요. "우리가 그 책에 대해 나눈 대화가 책방의 다른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었을 거야!" 이 말을 듣고 괜스레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말의 장'의 장면 안에서 저는 스스로 중도를 지키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것들이 다 무색해질 만큼 창피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사실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고 있었음이 분명했어요. 그것도 가벼운 주제가 아닌 논제 앞에서 말입니다. 그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허세였습니다. 그 공간에서 함께 귀를 열고 들었을 분들은 논제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고, 제멋대로 공론화시키는 일 방향적인 현장을 보았을 것입니다.

 

 

"나의 아무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부정확한 판단이 화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았을까?? 그들이 꾹 참은 것일까?"

 

"나는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

.

.

.

.

!! 그래, 나는 너무 많은 말들을 씨불여 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굳이 표현하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저의 말이 누군가에게 또 한 번의 상처가 되었을지 모르는 터..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말하기에 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토론 주제였던 그 책을 제가 먼저 읽어보려고 합니다.

 

말이라는 것은 결코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매사에 신중해야 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네요. 동시에 블로그에 저의 말을 글로 남기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한층 깊어지게 되는 하루입니다.

 

 

양민영 '운동하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