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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물로서의 책 읽기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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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비비, 게시글로 올렸던 [리뷰 워크숍 : 책을 나의 언어로 사랑하는 일] 편을 보면 제가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라는 책을 가지고 참석을 했다고 쓰여있을 거예요. 거기서 저는 혼자 하는 강연회를 열었다고 말을 합니다. 제가 이걸 왜 언급하냐면요. 지금 서점에서 '책은 다시, 도끼다'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요. 책을 읽는 도중에 제가 혼자 강연회를 열었던 이유를 찾아냈는데요. 그 내용들이 혼자 알고 넘어가기에는 아까워서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어요.

 

워크숍 당시에 가져간 책에 대해서 함께 계신 분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어떤 참가자분께서 "아니, 그래서 <여덟단어>라는 책의 여덟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나요?"라고 물어오셨어요. 이에 저는 "아 네. 이건 이러이러하고요. 이래서 이런데, 아 죄송하지만 제가 계속 횡설수설하네요. 이해 부탁드려요."라고 말을 했던 게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제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소개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다시, 책은 도끼다>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지혜란 것은 크고 넓은 것, 많이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움큼인 것 같아요. 그 한 움큼을 내 몸으로 체화시켜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나가는지의 여부,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가 이것이었거든요. 책을 읽고 나서 내 몸에 체화시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마치 샤워를 하고, 건조해진 피부를 위해 로션을 바를 때 말이에요. 로션을 피부에 스며들도록 톡톡 두드려주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로션을 피부에 바르기만 하고, 그냥 두는 겁니다. 그러면 로션의 수분은 금방 공중으로 산재돼 버려서 바른 효과가 없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덮게 되잖아요.

"아~~ 다 읽었다! 이제 좀 쉬어야지!!"

 

근데 여기서 이렇게 끝내면 안 되는 거죠. 책을 다 읽은 시점부터가 책의 지식이 나에게 제대로 들어올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겁니다. 이제 읽은 책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내 안에서 다시 씹고 보고 맛보고 즐기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겁니다.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의문을 품어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끼워 맞춰 보고 되짚어 보면서 내 안에 그것들을 새겨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책을 제대로 읽는 거죠. 1년에 100권 읽었는데 책의 내용들을 충분히 곱씹지 않았다면 그것은 만화책을 보듯이 그냥 재미있게 훑어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겁니다. 물론,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왕 책을 읽었으니 제대로 된 나만의 무언가로 만드는 게 만족스럽지 않을까요? 그리고 다음은 밀란 쿤데라가 <커튼>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작가의 작품은 일종의 광학 기구에 불과하다. 작가는 이 기구를 독자에게 줌으로써 이 책이 없었다면 아마도 자기 자신 안에서 볼 수 없었을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말은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온 띵언이었는데요. '이미 자신 안에 있었다.'라는 그의 말이 너무나 만족스러우면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찾으려고만 했었거든요.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을 모르고 말이에요. 여기에 저의 필터를 거친 문장 하나를 삽입하고 싶네요.

 

"모든 것은 내 안에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무수한 것의 모든 개체들을 다 알아보지 못한 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이미 내 안에 존재해서 보물 찾기 하듯 찾기만 하면 되니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니겠어요? 우리가 책을 대하는 관점은 정말 이러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고 전하고 싶은 얘기는 이렇게 충분히 느꼈다면 그것을 내 생활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삶이 바뀝니다. 직접적인 물리적 영향 없이 책만 읽어서는 절대 삶이 바뀌지 않아요. 책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면 이제 내 몸을 이용해서 변화된 행동을 해야 되는 겁니다. 나비 효과 아시죠? 나비의 미약한 날갯짓도 큰 태풍이 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데 우리의 한 발자국은 어떻겠어요? 그러니 최종적으로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겁니다.

 

생각 좀 하자.. (긁적긁적)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는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을 찾으려는 연구만 하면 되는 거죠. 우리는 생각하는 동물이잖아요. 그러니까 생각하는 동물답게 처신하는 게 우리가 태어난 도리를 다하는 거라고 봅니다.

 

오늘 저의 생각 복지사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저의 짤막한 글이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널리 전해졌으면 좋겠네요.